(해외기사) 보스턴 하드코어 씬이 록음악계에 미친 영향
하드코어 펑크 씬에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던 보스턴이 어떻게 록 음악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핵심 세력으로 부상하게 되었는지에 관한 흥미로운 기사가 있어 내용을 요약하여 포스팅해 봅니다.
원본 출처 : 라우더사운드(Loudersound)
https://www.loudersound.com/features/how-boston-hardcore-changed-rock-music
How Boston hardcore changed rock music
From the ashes of the violent 90s Boston hardcore scene rose a group of bands who would change rock music forever. This is their story.
www.loudersound.com
1980년대의 하드코어 씬을 보면, LA에는 블랙 플랙(Black Flag)이 있었고 뉴욕에는 어그노스틱 프론트(Agnostic Front)와 크로맥스(Cro-Mags)가 유명했으며, 워싱턴 DC에는 배드 브레인즈(Bad Brains)와 마이너 쓰레트(Minor Threat)가 있었지만, 보스턴의 밴드들은 상대적으로 유명세가 덜했습니다.
갱 그린(Gang Green), 네거티브 FX(Negative FX), DYS 같은 그룹들이 있었지만 그다지 대중적이지 못했고, SS 디컨트롤(SS Decontrol)은 음악보다는 공격적이고 직설적인 태도로 더 유명했습니다. 당시 보스턴의 하드코어 씬을 정의하는 단어는 '폭력성'이었습니다.
훗날 보스턴의 하드코어를 주도하게 될 많은 어린 뮤지션들이 당시 폭력적인 밴드들의 음악을 들으며 성장했지만, 그들은 공연장에서 그들의 옷차림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청중들에 의해 폭력의 타겟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점점 그러한 폭력성과 적대감, 극단적인 분노로 가득찬 음악에 지쳐갔으며, 더 이상 씬이 망가지는 것으로 볼 수 없었던 이들은 새로운 커뮤니티를 발전시켜 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사운드적인 면에서나 태도적인 면에서나 변화의 촉매제가 된 밴드가 바로 '컨버지(Converge)' 였습니다.
컨버지의 데뷔 앨범 'Halo in a Haystack'과 다음 앨범 'Petitioning the Empty Sky'는 당시 보스턴의 많은 젊은 뮤지션들을 자극하고 결집시킨 작품들입니다. 그 중에는 아론 터너(Aaron Turner)도 있었는데, 그는 컨버지의 음악을 듣고 보스턴으로 이사한 후, 하이드라 헤드 레코드(Hydra Head Records)를 설립하여 나중에 보스턴 하드코어 붐을 일으킨 많은 뮤지션들의 음반을 발매한 인물입니다.
* 컨버지 정규 2집 'Petitioning the Empty Sky' 중 "The Saddest Day"
보스턴의 중심지에서는 여전히 폭력성이 강한 하드코어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던 젊은 밴드들은 보스턴의 위성 도시를 중심으로 스스로 틈새 시장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음이 맞는 뮤지션들 간의 만남과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게 됩니다.
컨버지를 중심으로 보스턴은 곧 지적이고 유니크한 하드코어 펑크의 허브로 성장하게 됩니다. 데드가이(Deadguy), 케이브 인(Cave In), 베인(Bane), 아메리칸 나이트메어(American Nightmare), 더 호프 컨스피러시(The Hope Conspiracy) 같은 밴드들이 다양한 요소들을 받아 들이고 기존의 하드코어를 새로운 형태로 비틀면서 그 씬에서 인기를 얻어 나갔습니다. 어떤 한 단어로 정의하기 힘든 새로운 음악적 특징들이 보스턴의 새로운 흐름을 타고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컨버지의 기타리스트 '커트 벌루(Kurt Ballou)'에 의해 많은 다양한 앨범들-케이브 인의 초기 메탈코어 'Until Your Hear Stops', 오키드(Orchid)의 오리지널 스크리모 'Chaos is Me', 개리슨(Garrison)의 포스트 하드코어 "A Mile in Cold Water'-이 제작되게 됩니다.
당시 보스턴 하드코어 씬의 밴드들 사이에는 강한 결속력과 그들이 하고 있는 음악에 대한 공유된 신념이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많은 다른 사운드들 간의 크로스오버를 가능하게 만들었고, 기회주의자가 들어설 공간을 허락치 않았습니다. 결국 2000년~2001년을 기점으로 그 결실이 만개하게 되면서 수 많은 언더그라운드의 고전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됩니다. 이시스(Isis)의 데뷔 앨범 'Celestial', 케이브 인의 'Jupiter'. 더 호프 컨스피러시의 'Cold Blue', 아메리칸 나이트메어의 'Background Music', 베인의 'Give Blood', 그리고 무엇보다 기념비적인 작품이 된 컨버지의 'Jane Doe'까지. 뉴 메탈과 팝 펑크가 갑자기 사라지고 너도나도 하드코어를 표방하기 시작했습니다.
* 케이브 인의 앨범 'Jupiter' 중 "Jupiter"
이 새롭고 독특한 언더그라운드 음악에 매료된 음악산업계가 가만 있을리 없었습니다. 메이저 레이블들의 계약 요청이 쇄도하기 시작했고, 보스턴을 벗어나 미국 전역 그리고 유럽으로까지 하드코어 음악이 퍼져나갔습니다. 케이브 인은 캐피톨 레코드와 계약하면서 메인스트림의 문을 두드렸으며 '푸 파이터스' 같은 메이저 밴드들과 한 무대에 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보스턴 하드코어의 이 새로운 흐름이 꽃피기 시작했을 때, '킬스위치 인게이지(Killswitch Engage)', '섀도우 폴(Shadow Fall)', '언어쓰(Unearth)'와 같은 상업적 메탈코어 씬이 비상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컨버지와 동료 밴드들이 닦아 놓은 길을 상업적으로 성공하려는 메탈코어 밴드들이 포장도로로 덮어버린 것입니다. 그 음악의 기원이 되는 하드코어의 어떤 특징들도 실질적으로 견지하고 있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보스턴의 밴드들에게 이들은 너무나 동떨어진 존재였습니다.
아론 터너는 이렇게 회고합니다. "킬스위치 인게이지나 섀도우 폴 같은 밴드들이
처음에 나왔을 때 저는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MTV나 메이저 레이블에서 오늘날 당신들이 부르는 '메탈코어'라는 단어를 갖다 붙였을 때는 아주 불쾌했죠. 그들의 음악에 매력을 느낀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 음악의 유래가 된 DIY 원칙에 대한 이해는 전혀 없는 것 같았습니다"
보스턴 하드코어 씬은 자신들만의 창조적 비젼을 쫓았던 많은 밴드들의 흔적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새로운 사운드에 대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콜드 케이브(Cold Cave)의 어둡고 신쓰-팝적인 사운드, 슈맥(Sumac)의 불협화음 슬러지, 제이콥(컨버지의 메인 보컬)의 솔로 혹은 컨버지의 계속된 활동-특히, 'Blood Moon'과 같은 앰비언트 프로젝트-이 그렇습니다. 반면에 뮤토이드 맨(Mutoid Man)과 올 픽스 머스트 다이(All Pigs Must Die)는 기존 하드코어 펑크를 계속 밀고 나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오늘날의 메탈코어 밴드들과 같은 상업적 성공은 누리지 못했지만, LA, 뉴욕, 워싱턴 DC의 유산과 함께 여전히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의 영감이 되고 있습니다.
* 하이드라 헤드 레코드를 설립한 아론 터너의 밴드 슈맥의 2018년 앨범 'Love in Shadow' 중 "Arcing Silver"
(이 노래가 앨범 내에서 가장 짧은 노래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