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같지만 곡 자체는 완전히 다른 노래들을 선정하여 포스팅합니다. 같은 제목을 썼더라도 각 뮤지션마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다 다를 수 있겠죠? 이 블로그의 특성상 장르는 록음악으로만 한정하고, 해당 뮤지션이 공식 앨범(정규 LP, EP, 컴필레이션, OST 등)을 통해 싱글로 발매한 곡을 기준으로 선정하였습니다. 단, 싱글 발매가 안되었더라도 다른 경로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곡은 포함될 수 있습니다.(예 :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
오늘 처음 포스팅할 곡의 제목은 "One" 입니다.
'One'은 여러가지 의미와 용도로 쓰이는 단어인데요. 수량 '하나'를 뜻하기도 하고, 앞에 언급된 명사의 반복을 피하기 위한 대명사로 쓰이기도 하죠. 또한,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유일한 존재'라는 뜻으로도 사용됩니다. 영화 '매트릭스'의 네오를 'the Chosen One'이라 부르고, 크툴루 신화 속의 'Great Old One', 마블 캐릭터 중 하나인 'One above All'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그럼, 이렇게 다양한 뜻을 지닌 'One'을 제목으로 한 곡들은 과연 어떤 의도로 쓰여졌을까요? 지금부터 'One'이라는 제목으로 곡을 발표한 세 밴드와 곡의 내용에 대해서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곡이 발표된 시간 순서에 따라 포스팅 합니다.
1. 메탈리카(Metallica)의 "One" (1988년)
앨범 '...And Justice for All' 로부터의 3번째 싱글이자, 메탈리카가 처음으로 뮤직 비디오를 제작했던 곡이기도 합니다. 이 노래의 가사는 1939년에 출판된 1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소설 'Johnny Got His Gun'을 바탕으로 쓰여 졌다고 하죠. 전쟁에 참가해 팔, 다리를 잃은 것도 모자라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몸 상태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병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 병사의 유일한 희망은 모스 부호를 이용해 자신의 마지막 소원이 담긴 문장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문장은 바로 'Kill Me'.
흔히 이 곡은 반전(反戰)에 관한 노래로 알려져 있지만, "이 노래는 반전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관찰에 관한 것"이라고 제임스 헷필드가 공식 석상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전쟁은 인류의 한 부분이고, 우리는 단지 그것에 관해 곡으로 썼을 뿐 입니다. 좋다 혹은 나쁘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저 우리가 관찰하는 현상일 뿐 입니다"라고 말이죠.
이 곡의 가사에서 'One'이라는 단어는 곡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딱 한번 나옵니다.
Now the world is gone, I'm just one
Oh God, help me
여기서 'One'의 의미는 아마도 세상이 사라진 이후에 '홀로 남겨진 존재' 정도가 되지 않을까요?
죽음만이 유일한 희망이 되어버린 전쟁 희생자의 비극적인 삶이 제목에 함축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2. U2의 "One" (1992년)
앨범 'Achtung Baby'로부터 역시 3번째 싱글로 발매된 곡 입니다. 이 곡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곡이 만들어진 과정을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Achtung Baby'를 녹음할 당시는 인더스트리얼이나 일렉트로니카의 도입등 U2가 음악적 변화를 위한 실험을 하던 시기였습니다. 그 결과 음악적 방향을 두고 멤버들간의 의견 대립이 극에 달했고 이는 밴드가 해체될 위기로까지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녹음 도중 기타리스트인 엣지(the Edge)의 기타 연주에 맞춰 시작된 즉흥 연주를 통해 멤버들간에 합이 맞아 이 "One"이라는 노래가 탄생했고, 이를 계기로 다시 의기투합하여 앨범 녹음을 무사히 마쳤다고 합니다. 이 곡의 가사를 쓴 보노(Bono)는 '균열된 멤버들간의 관계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죠.
You say one love, one life
When it's one need in the night
One love, we get to share it
Leaves you, baby, if you don't care for it
가사에서도 나타나듯 이 곡은 '하나됨'에 관한 노래입니다. 우리는 분열, 갈등, 헤어짐을 겪고 나서야 '사랑'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죠. 우리는 '사랑'을 서로 공유할 수 있고, '사랑'을 통해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보노가 아프리카 지역의 기아와 질병치료를 돕기 위한 자선단체의 이름을 'One Campaign'이라 명명한 것은 이 곡이 담고 있는 이런 의미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3. 크리드(Creed)의 "One" (1998년)
크리드의 데뷔 앨범 'My Own Prison'에서 4번째로 싱글 커트된 곡이자 앨범의 마지막 곡입니다. 빌보드 메인스트림 록 차트 2위까지 오르기도 했죠.
이 곡은 현대 사회에 만연한 인종적 갈등과 차별에 관한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백인의 흑인(혹은 소수 인종)에 대한 차별 뿐 아니라, 백인에 대한 역차별까지 같이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할 만합니다. 아래 곡 첫 부분의 가사를 볼까요?
Affirmative may be justified / Take from one give to another
Affirmative action(차별 철폐 조치)가 법에 의해 강제적으로 누군가의 권리를 뺏어와(take) 또 다른 누군가에게 주는(give)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Society blind by color / Why hold down one to raise another
Discrimination now on both sides / Seeds of hate blossom further
역시 '왜 한 사람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다른 사람을 제압해야 하는가?'라며 동일한 의문을 제기하고, 양쪽 진영에서의 서로에 대한 차별이 모두 증오의 씨앗을 꽃피운다며, 모든 종류의 차별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One, oh one,
The only way is one
그렇다면 여기서 얘기하는 유일한 방법으로서의 'One'은 무엇일까요? 모든 차별을 극복하고 하나가 되기 위한 방법. 누군가에 의해 강제적으로 조정된 평등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존엄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자발적 의지에 의해 만들어진 그런 평등한 사회를 뜻하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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