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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적 변신은 무죄) 얼터너티브 흐름에의 동참? "메탈리카"

잡다한 정보

by eliss_paynes 2020. 5. 1.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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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총을 쏘는 듯한 빠르면서도 공격적인 기타 리프, 역동적이면서도 다층적인 곡의 전개, 다양한 개인/사회/종교적 테마, 하이톤도 샤우팅도 아니지만 선명한 멜로디와 야수성을 동시에 전달하는 보컬 스타일.

바로 메탈리카가 1980년대에 명반들을 연달아 쏟아내며 확립한 그들만의 스타일이자, 후대의 수 많은 뮤지션들에 영향을 준 스래쉬 메탈의 전형입니다.

9번의 그래미 수상, 1억2천만장이 넘는 앨범 판매량, 록큰롤 명예의 전당 헌액 등 아직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하며 이제는 스래쉬계 뿐만 아니라 전체 록음악 역사 속에서도 손에 꼽힐만한 레전드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1995년에 앨범 'Load'를 발매했을 때 사람들은 잠시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해야 했습니다. 제임스 헷필드의 긴 머리가 깔끔한 단발로 정돈되어 있었고, 라스 울리히의 몸 전체를 가렸던 드럼 세트는 마치 어른이 아이들용 드럼을 치는 듯한 앙증맞음까지 느낄 정도로 심하게 축소되어 있었습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음악 자체였습니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맹렬한 리프와 드러밍은 온데간데 없고 한껏 부드러운 음색을 뽐내며 노래하는 첫 싱글 "Until It Sleeps"은 누가 들어도 얼터너티브 록이었습니다.

눈 화장을 하고 깨작거리는 라스가 보이는가

올뮤직(Allmusic)은 "반복적이고, 흥미롭지 못하며 형편없는 앨범"이라 혹평했고, 멜로디 메이커(Melody Maker)지에서는 "군화로 사람의 얼굴을 짓이기던 사람이 발관리를 위해 휴식을 취하려는 것 같다"며 이들의 사라진 공격성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팬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분분했습니다. "천하의 메탈리카가 그런지처럼 노래하고 뮤비에서 연기를 한다", "얼터너티브 유행에 편승하다니, 메탈리카도 한물갔다"는 부정적 견해가 속출했습니다.

* Load 앨범에서의 극단적 음악 변화를 볼수 있는 또 다른 싱글 "Hero of the Day"

하지만 메탈리카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앨범 "Reload"에서도 똑 같은 기조를 이어갑니다. 이 앨범은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Load"와 연작 형태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원래는 더블 앨범으로 함께 발매하려 했으나 레코딩상의 이유로 1년 간격을 두고 따로 발매되었습니다. 이 앨범에 대한 반응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고 호불호가 갈렸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했지만메탈 커뮤니티에서는 대체로 부정적 반응이 지배적이었죠.

그리고 6년을 기다린 끝에 이들의 정규 8집 "St. Anger"가 발매됩니다. 오랫동안 신보를 갈망했던, 그리고 대곡 지향의 과거로 회귀를 갈망했던 팬들은 다시 한번 핵폭탄급 충격을 받게 됩니다. 대곡을 지향하긴 했는데 단조로운 곡의 전개, 밋밋한 멜로디 라인, 삭제된 기타 솔로, 무엇보다 챙챙거리는 스네어 드럼 소리 때문에 오히려 곡의 길이가 좀 더 짧았으면 좋았을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니까요.

그리고 다시 5년이 흘러 2008년, 그들의 또 다른 앨범 "Death Magnetic"이 나오게 됩니다. 정통 메탈리카 스타일의 마지막이라 불렸던 블랙 앨범이 나온지도 벌써 17년이 지났고, 멤버들의 나이도 40대 중반을 지나고 있던 시기에 더 이상 이들의 신보에 큰 기대를 거는 팬은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앨범이 공개되자 마치 80년대로 돌아간 듯한 사운드에 평단과 대중은 환호를 하게 됩니다.

* Death Magnetic 앨범 중 "The Judas Kiss"

전매특허와 같은 리프와 기타 솔로가 돌아왔고 복잡한 곡 전개와 타이트한 리듬감이 살아났습니다. 무엇보다 기존에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스래쉬 공식에 "Load", "Reload"를 거치며 다듬어진 멜로디 라인과 완급 조절이 더해지면서 곡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인 2016년에 발매한 "Hardwired... to Self Destruct"를 통해 이 흐름을 이어 가면서 그들의 건재함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Load", "Reload"에 대해 이제는 재평가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들이 만약 그런 새로운 시도들을 하지 않았다면 과거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공식의 단순 확대 재생산을 반복하며 끝없는 커리어의 추락을 목격해야 했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수 백만장씩 음반을 팔아 치우는 상업적 성공은 고사하고, 팬들의 기억 저편에 한낱 스래쉬 메탈의 선구자로서만 남겨졌을지도 모를 일이죠.

마지막으로 "Load" 앨범 발매 시 쏟아진 팬들의 혹평에 라스 울리히가 남긴 코멘트로 포스팅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The minute you stop exploring different things, then just sit down and fucking die"

(당신이 다른 것들에 대한 탐구를 멈추는 순간, 그냥앉아서 죽는 일만 남는 겁니다)

* Hardwired... to Self Destruct 앨범 중 "Moth into Fl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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